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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전시, 책

[무료전시] 구본창의 항해 / 서울시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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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창의 항해
20231214-20240310

 

도슨트안내

매주 화~일 오후 3시 운영 도슨트 미운영: 성탄절 12월 25일(월), 설 연휴 2024년 2월 8일(목) ~ 2월 12일(월

전시장르

기획,국내

참여작가

구본창

작품수

작품 500여 점, 자료 600여 점
 
전시기간
2024년 03월 10일까지
 
전시장소
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2층
 
 
짐 보관함
지하1층에 캐비넷 있음
 

구본창 작가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현대사진의 시작과 전개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가 작가이자 기획자로 개최한 ≪사진 새시좌(視座)≫(1988.5.18.~6.17., 워커힐미술관, 서울)에 출품된 작품들은 ‘연출 사진(making photo)’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한국 사진계와 미술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사진이 객관적인 기록이라는 전통적 역할을 뛰어넘어 회화,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매체의 속성을 반영해 주관적인 표현이 가능한 예술 세계라는 인식은 그의 전 작품을 관통하며 한국 현대 사진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구본창 작가의 이번 대규모 회고전은 작가가 섬세한 기질을 지녔던 내성적인 소년 시절부터 현재까지 수집해온 사물과 이를 촬영한 작품, 중학생 때 촬영한 최초의 <자화상>(1968)을 포함한 사진들, 대학생 때 명화를 모사한 습작 등 그간 접하기 어려웠던 작품과 자료를 선보이는 ‘호기심의 방’으로 시작됩니다.

 

이어 작가가 유학 시절부터 제작한 <초기 유럽>(1979~1985) 시리즈부터 최근의 <익명자>(1996~현재)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총 50여 개의 작품 시리즈 중 선별한 43개 시리즈의 작품 500여 점과 자료 600여 점을 시기와 주제에 따라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이라는 부제 하에 전시합니다.

≪구본창 사진전≫(2001.5.4.~6.24., 로댕갤러리, 서울)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태초에>(1991~2004)와 <굿바이 파라다이스>(1993) 시리즈, 그리고 ≪구본창(Bohnchang Koo)≫ (2006.7.7.~7.30., 국제갤러리, 서울)으로 조선백자를 국내외에 널리 알렸던 <백자>(2004~현재) 시리즈는 사실 그의 깊고 넓은 작품세계 일부라 할 수 있습니다.

 

본 전시는 도시풍경을 스냅 형식으로 담은 작품, 자신을 피사체로 삼아 다양하게 변주한 작품, 자연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 오래된 사물이 지닌 손길과 시간을 섬세하게 담은 작품 등 다양한 소재와 형식의 작품을 폭넓게 선보입니다.

특히 1989년 단체전에서 단 한 번 일부 소개됐던 솔라리제이션(solarization) 기법의 <무제>(1989) 시리즈를 전시해 작가의 독특한 초현실적 미감을 보여줍니다. 또한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6·25전쟁, 군사독재라는 굴곡진 역사를 간직한 광화문 부재를 낮과 밤에 기록한 <콘크리트 광화문>(2010) 시리즈를 최초로 발표합니다.

이러한 작품에 더하여 주요 관련 자료를 전시하고 충실한 설명으로 감각적인 사진 안 깊은 곳에 켜켜이 쌓인 작가의 노고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를 온전히 드러내 작품의 진면목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또한 작가의 성장 과정, 시기별 작품 전개 양상, 국내외 인사와의 인연과 영향, 국내외 전시 참여 계기와 전시 기획자로서의 면모 등을 면밀하고 체계적으로 작성한 연보를 통해 구본창 작가와 한국현대사진이 어떻게 연결돼 발전되어왔고 해외로 확장됐는지 상세히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는 작가가 지닌 오래된 열성적 수집 습관으로 작품 및 전시 관련 자료를 소중히 보존해왔기에 가능했습니다. 

 

자신의 길을 찾아 용기 내 먼 항해를 떠났던 1979년에서 45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구본창 작가의 작품은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었고, 전시 역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작가가 그간 작업을 위해서 전국 곳곳을 찾아다녔고 세계 각지를 누비고 다녔으며, 원하는 대상을 만나기 위해서 수 년에 걸친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았던, 지난하지만 기꺼운 여정 끝에 다다른 눈부신 결과입니다.

그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기획자로 국내외 전시를 통해 한국사진의 세계화에 기여했고, 한국 사진계의 선배, 동료, 후배들의 작업을 해외에 알렸으며 시대를 앞서가는 실험적인 작품활동으로 사진을 현대미술의 장르로 확장해온 구본창 작가의 회고전은 여러 면에서 유의미한 전시입니다.

‘구본창의 항해’를 따라 너와 나, 우리의 존재와 삶의 의미에 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연계 프로그램

전시 연계 프로그램 「작가와의 대화: 구본창의 작품 제작」을 진행합니다. 

한희진 학예연구사의 사회로 구본창 작가의 주요 작품을 시기별로 제작 방법 변화에 따라 이야기 나누며 작가의 작품세계를 깊이 이해해 보세요.

- 일       시: [1회차] 2024. 1. 27.(토) 14:00-16:00

                   [2회차] 2024. 2. 17.(토) 14:00-16:00

- 장       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지하 1층 세마홀

- 대       상: 누구나

- 모집정원: 회차별 150명

- 참  가  비: 무료

 
일 분간의 독백구본창은 1984년 졸업작품을 준비하던 해에 당시 흠모했던 사진작가 안드레 겔프케에게 작품 비평을 받고자 그가 거주했던 뒤셀도르프로 향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본 겔프케는 “유럽식 사고가 아닌, 한국 유학생의 사고로 사진을 만들어 보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스스로 개척한 이 만남은 대학교 수업에서 매번 높은 평가를 받던 그가 작업을 다른 차원으로 전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작품에서 ‘나의 이야기’를 강조한 겔프케의 말에 따라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을 표현하고자 졸업작품으로 준비 중이던 〈초기 유럽-흑백〉을 〈일 분간의 독백〉으로 전면 수정했습니다.
 
 
굿바이 파라다이스구본창은 1992년 5월 15일자 『조선일보』에서 세계적인 나비학자 석주명(石宙明, 1908-1950)이 남긴 글을 그의 여동생 석주선이 12권의 유고집으로 완성했다는 기사 「나비학자 석주명(石宙明) 유고집 완성」을 접했습니다. 석주명이 전국을 돌며 채집한 15만 마리의 나비 표본을 맡겨 둔 남산 국립과학관이 1950년 9·28 서울 수복 직전 인천상륙작전에 따른 포격에 맞아 불타버렸다는 내용에서 나비에 대한 연민을 느꼈고, 나비와 곤충을 작품 소재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재가 되어버린 이야기구본창은 제사를 지낼 때 지방을 태우는 제의와 1994년 개봉된 영화 〈쉰들러 리스트〉(유니버설픽쳐스, 1993)에서 본 잿더미 도시 이미지에서 착안해 인화된 사진을
토치로 그을려 〈재가 되어버린 이야기〉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특히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는데, 특히 1994년 독일 ≪국제 사진 ‘94≫(1994.10.15.-11.13., 우술라 블리클르 재단, 크라이히탈)에 독일, 미국, 브라질, 오스트리아, 체코슬로바키아의 젊은 작가 5명과 초대돼 〈재가 되어버린 이야기〉(1994) 시리즈로 전시 첫날 관람객이 뽑는 인기상을 받았습니다.
 
 
 
시간의 그림구본창은 1996년 7월 아버지의 임종 후 부모의 부재를 절감했고 그간의 감정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상실감과 무력감으로 침체된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그는 이를 떨치고자 일본 교토로 여행을 떠났는데, 헤이안 시대(平安時代, 794-1185)에 지어진 절 도지(東寺)에서 먼지가 켜켜이 쌓인 대웅전 외벽을 만나 세월의 흔적을 느꼈고, “이 세상이란 먼지가 모여 이루어진다”라는 글귀를 떠올렸습니다. 이를 촬영해 〈시간의 그림〉 시리즈를 제작했다. 이때부터 작품은 실험적이거나 시각적으로 눈에 띄기 보다는 보편적 삶에 관한 성찰을 담은, 관조적이고 정적인 분위기로 변화했습니다.
 
 
 
 
 

달항아리를 찍은 백자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사진 한장으로 보는 것도 훌륭했지만 
정말 달이 뜨듯 어둡고 밝게 찍은 달항아리를 이어서 연출한 부분이 멋졌습니다. 
 
작가의 드로잉과 청소년기의 수집품으로 시작해서 문화재 촬영 사진과 전시 출품했던 작품들 순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삶을 항해에 비유하는 글처럼
이번 회고전이 항해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항해의 시작으로 향해 있음을 의미합니다. 

열린 방 섹션에서 쓰여진 헤르만 헤세의 한 구절이 작가의 말을 대변하는 듯 합니다. 
 

아무래도 좋은 운명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
운명을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 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