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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전시, 책

[책] 분노의 포도 / 존 스타인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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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오클라호마에 사는 소작농 톰의 가족
어느날 동네사람들과 함께 하던 일을 트렉터 한대가 해버리고 살던 집까지 밀어버린다.
생계를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본 전단지 한장을 믿고
일자리가 있다는 캘리포니아로 이동하는 이야기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절을 배경으로 하지만 마치 현재의 이야기 같기도 해요
지금 대공황 직전 같지 않나요?
나만 열악한 상황인가...

희망을 가지고 악조건 속에서도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1권,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현실을 마주하는 2편 
 
가족 구성을 보면서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것도 있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 임신한 여동생, 차를 다룰 줄 아는 형제, 가족 먹여살릴 생각뿐인 어머니와 아버지 등
구세대의 죽음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 예측되는 기본적인 인물 구성 
 



별 내용 아닌 부분에서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흔한 가족의 모습
 
형제가 차를 고칠 때 그쪽에서 일했던 동생이 잘 하지만  
어떤 부분만큼은 형이 할 줄 알아서 다행이라며 기대기도 하고

차 수리를 해야해서 따로 출발 하자는 형제의 말에 절대 가족이 떨어지면 안된다고 어머니가 말하는 부분.
새로운 생명을 가진 여동생 등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에서도 희망과 안타까움이 공존합니다. 

중간중간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아이 두명을 데리고 가게에 들어온 가난한 손님에게
가게주인도 아니면서 50센트짜리 사탕을
두개에 1센트라고 거짓말하고는 나중에 본인이 계산해주고 떠나는 트럭 운전수

자동차 부품을 찾으러 간 고물상에서 자기연민의 가면을 쓰고 열등감 속에 사는 애꾸눈의 남자에게
주인공이 현실적인 충고를 날리기도 하고



전단지 한장 보고 낡은 트럭한대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중에 그곳에 일자리가 없으면 어쩌지? 도착하지 못하면 어쩌지? 걱정이 샘솟을 때
서로에게 격려가 되는 말을 하며 다독이고, 엄마는 끼니를 해 먹이고, 형제들은 차를 고치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이들, 우연히 만난 목사를 챙긴다. 


역방향으로 오는 차량속 사람들이 말해주는 캘리포니아의 현실은 기대와 다르고 많은 염려와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 가며 캘리포니아에 도착한다.

이 가족들이 마주한 현실은 
자신들을 오키라 부르며 차별하는 현지인들, 씻고 먹고 자는 것도 어려운 환경, 
일자리를 겨우 찾아도 결국 헐값으로 일 해야 했고 

지나치게 많은 노동자, 수확철에만 반짝 늘어났다가 사라지는 일자리, 무서울 정도로 올라가는 물가, 중간에서 착취하는 듯이 보이는 자본가와 중간 관리자, 은행만 부자가 되는 대공황의 현실 속

열악한 상황에 분노하는 주인공, 그 힘겨움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가족과 노동자들 
 
마지막까지 희망과 공동체의 연대 속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학생때 읽지 않았나? 했는데 안읽었던

그리고 그 때와 지금은 달라서 학생 때 읽었어도 지금 같은 기분은 아니었을 겁니다

코로나로 인플레가 휩쓸고 지나간 현재
분명 학벌도 높아지고 근무환경도 좋아졌지만 
왜인지 본 적도 없는 로봇과 AI 심지어 키오스크에도 밀리는 기분을 느끼면서
이 책 속의 트랙터에 밀려난 소작농과 비슷한 기분으로 읽은 것 같아요. 
 
 
어쩌면 중학생 때 읽었는지도 몰라요. 그 많은 고전 중에 왜 갑자기 이걸 골랐는지
심지어 책장에 꽂힌걸 고른 것도 아니고 원래는 전철에서 들고 다닐만한 얇은 책을 찾으려고 
도서리스트를 주욱 보다가 갑자기 이걸 골랐어요. 
상하권으로 되어있는 두께있는 책을... 

과거에 읽었던 기억 저 어딘가에서 현재의  상황과 비슷한 이 책을 권한걸지도 모르겠어요. 

정말 잘 쓰여진 책이지만
내가 너무 지쳤는지
피곤해서 못읽겠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현재 상황도 안좋고 자본주의에 살짝 치이고 있을 때
생계와 가족 공동체, 같은 상황인 다수의 사람들과 공감을 나누는 이야기를 보며
꾸준히 희망을 얘기하고 언젠가, 언젠가, 자리를 잡고 가족과 지붕이 있는 집에서 함께 배부르게 저녁을 먹는 상상을 합니다. 
제대로 된 삶을 사는 장면이라고 할 만한건 나오지 않았지만
마지막에도 어려운 주변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걸 하는 모습으로 마무리했어요. 
 
이건 무슨 내 얘기 같기도 하고 삼시세끼를 다먹고 있지만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건 소설속 주인공이나 나나 똑같다고 느낄 지경
 
아우, 힘들어 
 
삶 자체의 연결성을 느끼고 싶거나 삶에 집착이 사라지면 보세요. 
작품자체는 정말 명작이라 재밌게 읽긴 읽는데 너무 피곤합니다. 
 
코로나 위기를 겪고 나니 무시무시한 인플레와 경기침체가 눈앞에 있고
 
그런 입장에서 이 책을 읽고 있으려니 맘이 복잡

 
조드 가족은 언제쯤 인간다운 삶을 살까요, 늘 서로를 돕고 희망을 놓지 않는 인간다움을 보여주는데도 잘 모르겠네요.